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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WORK INTERVIEW

26. 01. 23.

GBH | GIFT 02

명절을 대하는 태도, 오래 쓰이는 선물의 기준

GBH는 2017년부터 설과 추석, 감사한 분들께 명절 기프트를 직접 기획해 전달해오고 있습니다.
관례적인 선물을 통해 인사를 대신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오래 쓰일 수 있는 물건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GBH 명절 기프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GBH의 명절 아이템은 “명절에만 쓰이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쓰이게 되는 도구, 그리고 가족과 관계의 기억이 겹겹이 쌓이는 오브제를 목표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명절이라는 장면에서 출발하지만, 쓰임은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구상해 왔습니다. 이번 GBH( )WORK에서는 윷놀이와 화투, 수저 세트, 티컵에 이르기까지, GBH가 명절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그리고 명절 기프트를 하나의 제품 기획으로 다뤄온 기준과 태도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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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GBH는 2017년부터 명절마다 기프트를 전달해오고 있고, 2020년도를 기점으로 명절 아이템 기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시점에서 ‘직접 만든다’는 선택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CEO : GBH는 2017년 명절마다 함께 일하는 분들께 기프트를 전해왔습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늘 도움을 부탁드려야 하는 상황이 많았고, 그럼에도 기꺼이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명절 선물을 이어오다 보니 수량도 적지 않게 되었고, 이 정도라면 직접 제작해 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준비된 선물을 전달하기보다,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선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은행 등 거래처에 일반적인 명절 선물을 구입해 전달했고, 이후에는 국내의 작은 브랜드와 협업한 선물 세트를 명절 기프트로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금집과 함께한 선물 세트, 나무 도마 협업이 그런 흐름 속에서 진행된 사례입니다. 그러다 우리가 전달한 선물들이 자연스럽게 피드에 많이 공유되는 모습을 보면서, 신제품을 만들어 PR KIT처럼 전달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윷놀이와 화투의 경우에는, 한국적인 제품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 명절이라는 시기가 그런 시도를 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느꼈고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동양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접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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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관례적인 명절 선물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던 순간이나, 기존 명절 선물 문화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CEO : 2010년대, 혹은 그 이전만 해도 명절 선물의 선택지는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백화점 식품관 선물에 한정되어 있었고, 선택의 폭도 크지 않았죠. 이후 카카오 선물하기나 29CM 선물하기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선물 문화도 조금씩 바뀌었고, 패키지 상품을 중심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느꼈습니다. 명절에 선물을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같은 식품관 사과를 여러 박스 받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선물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육류나 과일이 명절 선물로 유통되거나, 과도한 포장에 대한 이슈들이 계속 보도되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적어도 저는 그런 방식의 선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지금도 명절이 지나고 쌓이는 박스들을 보면, 선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덜 버려지고, 받는 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Q3. GBH가 명절 기프트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감사’는 어떤 태도나 방식에 더 가까웠나요?

CEO : 선물이라는 것은, 특히 명절 선물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감사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감사 표현을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은 일상에서는 마음을 잘 전하지 못하는 편이라 이런 명절이라는 기회를 빌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오히려 좋은 계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명절 기프트를 통해서, 요식행위가 아니라 신경을 써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백화점 선물처럼 누가 보냈는지 잘 알 수 없는 것보다는,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선물이었으면 했어요.

Q4. 매 명절 때마다 서로 다른 아이템을 기획해온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아이템을 결정할 때 반복해서 떠올리는 기준이나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CEO : 명절의 의미와 잘 맞는지도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GBH 브랜드 메시지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아직은 중간 단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매 명절마다 그 안에서 가능한 선택들을 하나씩 고민해 오고 있고요.
또 명절이라는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양적이거나 전통적인 요소를 조금 더 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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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2020년을 시작으로 명절 아이템 기획이 지금까지 이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윷놀이 기획이 가장 흥미로운데요. 윷놀이에 대한 명절 아이템 기획을 처음 구상하던 당시, 왜 가장 먼저 ‘윷놀이’가 떠올랐는지 궁금합니다.

CEO : 윷놀이를 선택한 이유는, 체스처럼 서양 보드게임의 경우 수십만 원대의 고가 제품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매해 즐기고 있는 윷놀이는 여전히 몇천 원대의 조악한 품질 제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늘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너무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다시 평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런 대상들에 디자인적인 개선을 거쳐, 조금 더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박물관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굿즈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흐름을 느낍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소규모 디자인 브랜드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당시에는 해외 디자인을 차용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201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한국적인 요소가 없으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에 다들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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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윷놀이를 기획하며, 이 도구를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오래 쓰이는 물건’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CEO : 명절은 매년 돌아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명절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그러려면 사용하지 않을 때의 상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보관이 어렵지 않으면서 보관된 모습 자체도 보기 좋았으면 했습니다.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어느 정도의 고급화는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충분히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 물건을 가볍게 다루게 되고 결국 또 새로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애매하게 타협하기보다는, 더 확실하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사람들이 ‘비싸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는지를 더 본다고 생각해요. 잘 만든 물건에는 결국 그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준다고 믿습니다.

Q7. 윷놀이 이후 화투, 수저 세트, 티컵으로 아이템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아이템들을 다루면서도, 명절 아이템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공통 조건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CEO : 동양적인 요소, 특히 전통적인 것들을 일상으로 끌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분명 일상이었을 텐데, 지금은 특별한 날에만 쓰이게 된 것들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명절 아이템을 통해 그런 간극을 조금 좁혀보고 싶었고, 동시에 GBH에서 아직 다뤄보지 못했던 제품군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8. 전통적인 요소를 일상으로 끌어오는 방식이 명절 아이템의 기준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같은 GBH의 물건이라도 ‘명절 기프트’로 기획할 때와 일반적인 제품으로 선보일 때, 그 기준은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작동하나요?

CEO :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에 없었던 제품군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NR Ceramics), 화투나 윷놀이, 수저처럼 없던 카테고리에도 도전해 보고요. 공예적인 제작 방식처럼 새로운 방식의 시도도 포함됩니다. 물론 이후에 후속 시리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명절 기프트는 전반적으로 기존 GBH가 하던 것에서 더 확장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Q9. 관계를 전제로 한 선물 기획과, 불특정 다수를 상정한 제품 기획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게 되나요?

CEO : 대중을 상대로 할 때는 아무래도 더 일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무리 없이 전달되려면, 설명이 필요 없는 방향이나 오해의 여지가 적은 선택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요. 반면 선물 기획은 출발점이 조금 다릅니다. 이후에 판매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GBH를 이미 알고 있는 분들께 먼저 선보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핵심적인 브랜드 메시지만 전달해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도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는 부분이 있고요. 또 선물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분위기 덕분에, 새로운 제안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먼저 받아들여진 경험이 그분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브랜드가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오히려 대중과의 거리감을 더 부드럽게 좁혀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10. 여러 해에 걸쳐 명절 기프트를 이어오면서, 처음과 비교해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CEO : 처음에는 1년에 두 번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 몰랐어요. 솔직히 지금도 많이 힘든 작업이긴 합니다. 일반 제품 출시를 준비하면서 명절 기프트를 추가로 두 번 더 해야 하고, 매번 의미를 담아야 하다 보니 기획부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설날 당일에도 이미 다음 추석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고요. 그렇게 몇 해를 지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의무감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2025년을 준비하면서 관점이 조금 달라졌어요. 단발성 작업이라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길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Home 카테고리 안에서만 고민했다면, 지난 설부터는 아예 카테고리를 확장해 보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준비 기간도 더 길게 가져가야겠다고 느꼈고, 완성도나 기존 제품과의 연결성 역시 지금보다 더 분명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Q11. 명절 기프트를 계속 이어가야겠다고 느끼게 만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계기나 판단의 순간이 있었나요?

CEO : 역시 윷놀이가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가격대가 있다 보니 처음에는 판매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언급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지고 실제로 구매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놀랐습니다. 이후 다른 브랜드들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고요. 그 경험을 통해 결국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제품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제품군은 명절 선물이 아니고서는 GBH에서 갑자기 출시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어떻게든 이어가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Q12. 명절 기프트를 통해,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감정이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CEO : 선물을 고르는 입장에서는,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과 함께 내 감각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프트 카드를 주는 게 서로에게 편할 수는 있겠지만, 제품을 선물한다는 건 그보다 한 단계 더 마음이 개입된 선택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선물로 선택되는 물건은, 감각적인 동질감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Q13. 반대로 명절 기프트를 통해, 받는 사람에게 어떤 마음이나 태도가 전해지길 바랐나요?

CEO : 갖고 싶은 제품과 받고 싶은 제품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물로 제작되는 제품은 그 두 간극의 사이에 놓이길 바랐어요. 그런 물건은 단순히 갖고 싶었던 것을 받았을 때보다, 선물로 받았을 때의 만족도가 더 크게 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서로를 조금 더 가깝게 느끼거나, 어떤 동질감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Q14. 앞으로의 명절 기프트 기획에서는 어떤 장면이나 방향을 더 확장해 보고 싶으신가요?

CEO : 브랜드가 앞으로 더 잘 되면서, 더 많은 분들께 선물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들이 하나하나 따로 존재하기보다, 시간이 지나 모아두면 하나의 컬렉션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장기적인 흐름을 염두에 두고 명절 기프트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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