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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5. 11. 19.

EXPERTISE | 손명희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11월의 GBH( )USE 에디션은 'EXPERTISE'를 주제로, 시간과 경험을 통해 체화된 공간에 대한 감각의 깊이 와 태도의 정제됨을 이야기합니다.
GBH는 공간의 완성은 물리적 구조를 넘어, 태도와 시선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재료의 질감, 빛의 방향, 동선의 흐름을 치밀하게 다루는 일은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이기도 합니 다.
이번 에디션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공간 디자이너들의 일에 임하는 시선과 완성의 기준을 조명 합니다. 그들의 손끝과 시선이 만들어낸 질서와 깊이는 GBH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축적된 감각과 정제된 균형을 통해, 일과 삶을 단단히 잇는 공간의 미학을 발견합니다.

Q1.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할머니의 레시피, 하노이 102, 탈로제주와 탈로서울을 거쳐, 현재는 집을 중심으로 공간 디자인과 디렉팅을 하고 있는 라이크라이크홈 손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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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공간을 단순한 ‘형태’가 아닌, ‘경험을 설계하는 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경험을 토대로 한 설계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긴밀하고, 때로는 의도보다 훨씬 풍부한 사용성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소하게 지나갔던 순간들까지도 모두 설계의 밑거름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작은 경험들이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Q3.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두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을까요?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두는 기준은 빛과 재료의 조화, 사용자의 동선, 그리고 공간의 비율 순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하다 보면 이 세 가지 중 어떤 하나를 더 높은 중요도로 두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요소라, 작은 차이 하나가 공간 전체의 감각을 바꾸기 때문이에요. 
특히 자연광이 공간에 주는 에너지와, 빛이 재료에 닿아 만들어내는 결과 온도는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이라 더욱 중요하게 다루게 됩니다. 재료가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면이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함께 고려하며 공간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Q4. 공간을 구상하거나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집중과 에너지를 쏟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그 과정이 공간의 완성도나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공간의 온기, 따스함, 그리고 사람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뻔하지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은, 오래 머물러도 실증 나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디테일을 조정하는 과정이 결국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Q5. 구조적 기능성과 감각적 표현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다루시나요?

구조적 기능성과 감각적 표현 중 어느 한쪽에만 무게를 두기 어렵습니다. 
기능을 먼저 풀어낸 뒤 그 위에 감각적 요소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춥니다. 큰 틀을 세운 뒤 디테일로 깊이를 더하는 흐름입니다.

Q6.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거나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도,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본인만의 루틴이나 습관이 있을까요?

책을 많이 봅니다, 특히 그림책을요.
다른 결을 가진 이미지를 보다 보면 방금 끝낸 공간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리셋됩니다.
반복 속에서도 새로움을 되찾게 해주는 저만의 루틴입니다.

Q7. 예상치 못한 변수나 실패가 오히려 공간을 대하는 태도나 기준을 단단히 만든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새롭게 출시되는 가전제품들이 특히 변수로 다가왔어요. 치수를 맞춰도 문이 열리지 않거나, 설치에 필요한 급수 라인이 매뉴얼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었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설계 이전에 내가 먼저 더 정확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직접 매장에 가서 실물을 확인하거나, 필요하면 제품을 구입해 실제로 사용해보며 치수를 체크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설계 기준이 더욱 단단해지고,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감각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Q8. GBH는 ‘쓰임’과 ‘아름다움’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공간을 설계할 때 기능적 완성도와 미적 감각을 어떤 방식으로 균형 있게 조율하시나요?

저는 기능적 완성도를 ‘하드웨어’, 미적 감각을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해요.
기능적 구조가 먼저 정확하게 잡혀 있어야 그 위에 감각적인 표현을 쌓아갈 수 있거든요. 설계의 편리함과 동선의 명확함이 확보된 상태에서 재료의 질감, 빛의 방향, 색감 같은 요소를 더해 공간의 온도를 완성합니다. 결국 두 요소 중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다고 보기보다, 서로를 조건으로 삼아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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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협업하는 디자이너, 시공자,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전문성 있는 태도’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보시나요?

전문성은 결국 믿음을 주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나 시공자, 디자이너가 저를 믿을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가능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레이아웃이나, 구조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제안. 이런 선택들이 쌓일 때 상대는 자연스럽게 제 방향성을 신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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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오랜 시간 공간 작업을 이어가며, 일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나요?

저는 종종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일에서 잠시 벗어나 좋아하는 요리를 하거나, 식물에 물을 주고, 가구의 배치를 바꿔보는 행동들이 저를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일이 아닌 삶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오히려 일의 감각을 지켜주는 순간이 되더라고요

Q11. 완벽한 설계보다 ‘시간이 만든 깊이’나 ‘지속 가능한 감각’을 더 중요하게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이사를 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아무리 설계를 정교하게 하고 완벽하게 공간을 만들어도, 그 공간이 제 자리가 되는 데에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모든 사물이 자기 자리를 찾아 숨을 쉬기까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렸어요. 
공간의 깊이는 잘 만든 순간보다 시간이 스며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Q12. 최근 스스로의 ‘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환기시킨 사람이나 장소가 있었나요?

고경애 작가님의 용인 집과 에일리하우스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모습과 가족을 중심으로 흐르는 삶의 리듬을 보며 행복한 삶의 형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또한 분명해졌습니다.

Q13. GBH 제품을 공간 안에 두었을 때, 그 안에서 어떤 ‘균형감’이나 ‘태도의 디테일’을 느끼셨나요?

저는 공간에서 혼자 튀는 물건을 좋아하지 않아요. 시선을 계속 잡아당기면 결국 그 물건은 공간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더라고요.
 GBH 제품은 그런 면에서 늘 자연스러웠어요. 튀지 않지만 기능은 확실하고, 조용하지만 존재감이 있습니다. 
공간과 태도를 방해하지 않고 균형을 만들어주는 물건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Q14. 대표님에게 ‘공간에서의 전문성’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전문성이란 (계산되지 않은 것 같지만 계산된 설계)이다.” 저에게 전문성이란 “계산되었지만 티 나지 않는 설계”예요.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사용자는 그 노력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 저는 그 보이지 않는 균형이 진짜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15.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공간, 혹은 다듬어가고 싶은 일의 태도는 어떤 모습인가요?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충분히 다정하고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지니고 싶습니다.
공간을 만들 때 필요한 감각과 균형은 결국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내 삶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태도가 곧 더 좋은 공간을 만드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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