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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6. 01. 15.

RELATIONSHIP | 김도헌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1월, GBH USE는 RELATIONSHIP을 주제로 누군가를 떠올리며 이루어진 선택의 시간을 바라봅니다. GBH는 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준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김도헌 도예가와 함께 기프트 티컵을 제작했습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형태와 비례, 손에 쥐는 감각과 사용의 안정감을 중심으로 과하지 않은 선택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티컵은 특별함을 드러내기 위한 선물이 아니라, 반복되는 사용 속에서 관계가 조용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GBH가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분들, 브랜드의 태도와 쓰임을 이해해온 이들을 떠올리며 만든 작업이기도 합니다. 김도헌 도예가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이 티컵은 장식보다 사용을 먼저 생각한 형태 안에서 GBH가 생각하는 ‘기프트의 방향’을 담담하게 드러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지금 작가님이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도자 작업하고 있는 김도헌입니다. 도자 재료가 갖는 자유로운 물성에 매료되어 유약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립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제 작업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Q2. 도예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금의 작업 스타일이 형성되기까지 영향을 준 특별한 경험이나 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전공을 도예로 정하고 작업을 시작한 지도 꽤 되었습니다. 다만 지금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잡은 것은 약 4년 전쯤이에요. 어느 날, 이렇게 작업을 이어가다가는 이 일을 평생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생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 시간이 있었습니다. 드라마틱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묵직하게 남는 질문이었어요.
그 질문을 계기로, 무언가를 찾아보려는 마음으로 평소 하지 않던 재료 실험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물질이 지닌 무한한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재료의 미세한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그것을 사물의 형태로 공유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3. 작품을 만들 때 형태, 두께, 무게, 유약 중 가장 중요하게 두는 기준이 있다면 그건 어떤 부분인가요?

유약의 표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표면을 유심히 바라보다 보면, 마치 재료가 스스로 그린 그림 같고 제가 절대 그릴 수 없는 회화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느낌을 ‘유면의 상’이라고 부르는데, 그 ‘상’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흙, 형태, 두께, 용도를 결정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4. 작업을 시작할 때 ‘누가 사용할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장면까지 상상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예: 혼자 쓰는지, 누군가와 함께 쓰는지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가 직접 사용한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유약의 사용 방식을 정한 뒤에는 손에 쥐었을 때 자연스러운 형태인지,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인지, 표면의 질감은 어떤지 등을 기준으로 계속 점검하게 됩니다. 스스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물건은 작업 과정에서도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만드는 잔들은 전반적으로 크기가 조금 큰 편인데, 제가 차나 음료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 그런 제 사용 습관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습니다.

Q5. GBH와 이번 티컵 작업에서 작가님이 가장 분명하게 가져가고 싶었던 기준 하나는 무엇이었나요?

GBH를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를 티컵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면에서도 부드럽고 단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재료들로 GBH를 위한 유약을 새로 제작했습니다.

Q6. GBH로부터 이번 티컵 작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장면이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었나요?

여러 샘플 작업을 진행하면서 떠오른 이미지는 따뜻한 물이 가득 담겨있는 욕조였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있으면 뭉근하게 몸이 녹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차를 마실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이미지를 계속 떠올리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Q7. 작가님의 기존 작업이나 다른 협업과 비교했을 때, 이번 GBH 티컵 작업에서는 작가님이 평소보다 조금 더 의식하게 된 기준이나 선택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GBH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선물로 전달되는 기프트로 제작했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할 때 GBH 브랜드의 다른 제품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단정한 형태 안에 좋은 질이 담겨 있다는 인상이 제가 경험한 GBH 제품들의 공통된 느낌이었고, 이 부분을 기준으로 삼고 작업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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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그 기준을 실제 제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끝까지 유지한 선택과 반대로 조정하거나 덜어낸 선택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형태는 심플하게 유지하되, 손에 쥐었을 때의 질감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제작 과정 중 유약을 몇 번 수정했습니다.

Q9. 외부에는 무광, 내부에는 유광 유약을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대비는 사용자가 사용 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길 의도하셨나요?

차는 생각보다 기물에 착색이 잘 되기 때문에, 안쪽은 유광으로 처리해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눈으로 보거나 만졌을 때는 부드러운 인상과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외부에는 무광 유약을 선택했습니다.

Q10. 티컵은 손과 입에 직접 닿는 물건입니다. 이 작업에서 특히 신경 쓴 감각의 지점은 어디였나요? (예: 입에 닿는 림, 손에 쥐었을 때의 무게 등)

티컵 아래의 굽 부분을 특히 신경 써서 제작했습니다.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 날카롭게 각을 칠까도 고민했지만, 손에 닿는 질감을 생각했을 때 곡선이 더 좋다고 판단해 그렇게 마감했습니다.
무게감 역시 입에 닿는 림은 얇게 하고, 굽 부분은 조금 더 두껍게 깎아, 들었을 때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오도록 조정했습니다.

Q11. 이 티컵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선택되는 선물로 기획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이 컵이 어떤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길 바라셨나요? (예: 가족,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관계가 이어지는 사이 등)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찻잔을 선물한다는 건 서로가 편안하길 바라는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Q12. 선물로 건네진 이후, 이 티컵이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길 바라셨나요?

하루하루 편하게 쓰이며,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티컵이면 좋겠습니다.

Q13. 선물한 물건이 잘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고 느낍니다. 작가님께서는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지인분들께 제가 만든 그릇이나 잔을 선물하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 잊고 있다가 그 물건이 지인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도자기는 굽고 나면 성분이 거의 돌과 같아, 큰 충격이 없는 한 쉽게 변하지 않는 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선물한 물건이 받은 분들의 삶 속에서 오래도록 잘 쓰이며 남아 있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Q14. 마지막으로 만약 작가님이 이 티컵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누구에게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요즘 집과 작업실 이사를 동시에 준비하며, 쉬지 못하고 있는 제 아내에게, 차 한잔하자는 마음으로 이 티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잠시라도 손을 멈추고, 함께 차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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