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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6. 02. 13.

RELATIONSHIP | 이예지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GBH USE는 RELATIONSHIP을 주제로 누군가를 떠올리며 이루어진 선택의 시간을 바라봅니다.

GBH는 일상 속에 조용히 머물며, 시간이 지날수록 쓰임과 의미가 깊어지는 물건을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목공예 작가 이예지와 함께 제작한 티슈 케이스에 이어 2026년 설날을 맞아 목함 기프트를 선보입니다.


이번 목함은 단순한 포장이 아닌, 선물을 완성하는 하나의 오브제로 기획되었습니다. GBH 제품을 담는 패키지이자,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쓰일 수 있는 형태를 중심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과한 장식 대신 나무 고유의 결과 수종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합, 손에 닿는 감각과 반복되는 사용 속에서 드러나는 변화를 중심으로 기획했습니다.
이예지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나무가 맞물리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과정 안에서 관계의 은유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각기 다른 결을 지닌 조각들이 조화롭게 이어져 하나의 목함이 되듯, 이번 기프트 역시 누군가와의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예지 작가와 함께 완성한 목함은 GBH가 생각하는 ‘관계를 위한 선물’의 방향을 절제된 형태 안에서 보여줍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지금 작가님이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나무로 작은 가구와 오브제들을 만들고 있는 이예지입니다.
현재는 나무의 결, 비례, 표면의 밀도에 집중한 소형 가구와 오브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래 사용될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지닌 고유한 결과 색감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해,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물건을 좋은 작업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나무가 내어준 재료를 최대한 온전히 사용하고자 제로 웨이스트에 가까운 제작 방식을 지향하며, 상감과 에보나이징 기법을 활용해 나무 위에 다양한 패턴과 표정을 더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GBH와의 협업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협업 이후 다시 함께 작업하게 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님이 가장 다르게 가져가고 싶었던 기준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지난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제품의 일부가 되는 오브제로서, 작은 면 안에 들여다보고 싶은 재미있는 구성이 들어가도록 작업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선물을 담는 함으로서 담기는 물건에 집중되도록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비례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Q3. 이 목함은 제품을 담는 순간 이후에도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제작하시면서 이 목함이 어떻게 사용되기를 상상하셨던 장면이 있으셨나요?

뚜껑을 열어둔 채 데스크 위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구류나 스킨케어 제품 등 정리가 잘 되지 않았던 물건들을 담아두고, 뚜껑은 별도로 작은 물건들을 올려놓는 트레이로 사용하는 장면을 생각했습니다. 또 작은 간식이나 티백 등을 넣어두고 나른해지는 오후에 뚜껑을 열어 하나씩 꺼내는 장면도 상상했던 것 같아요.

Q4. 내구성이나 사용성, 비례와 같은 요소들 중에서, 특히 우선순위가 높았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공간 어딘가에 있는 듯 없는 듯 녹아드는 시각적 편안함을 위해 비례에 신경 썼지만, 동시에 내구성도 중요시 여기며 작업했습니다. 아무래도 두고 보는 오브제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이것저것 넣어두는 상자로서 자주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주 손이 가도 손상의 부담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Q5. 동일한 구조를 두 가지 사이즈로 제작하면서,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제작적 판단이나 고민 지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길이가 긴 사이즈의 경우 목재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휨 현상이 더 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나무 결의 방향을 최대한 고려해 제작했습니다.

Q6. 다양한 사용을 고려해 설계할 때, 가장 고민이 컸던 설계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그 지점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나요?

뚜껑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일체형으로 만들 경우 사용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해 분리형을 선택했고, 분리형이더라도 너무 꼭 맞거나 헐거워 열고 닫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적당한 달그락거림이 느껴지는 정도로 완성도를 조절했습니다.

Q7. 이번 목함을 설계할 때, 작가님이 가장 먼저 결정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안에 담길 구성과 내부 사이즈, 물건의 무게가 이미 정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목함의 두께와 바닥 구조를 가장 먼저 결정했습니다.

Q8.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마감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나요? 그 기준을 이번 목함에 반영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선택한 공정이나 방식이 있다면 설명해 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마감은 손으로 만졌을 때 기분 좋은 부드러움이 느껴지면서도, 나무 고유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표면이 너무 거칠면 옷감이나 손에 쉽게 걸리고, 반대로 지나치게 매끄럽게 다듬으면 나무 특유의 결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목함에서는 그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해, 적정한 거칠기의 샌딩 단계를 거친 뒤 천연 오일로 마감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Q9. 제작 과정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가 아니라 ‘이 수준까지는 반드시 가야 한다’고 판단했던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특별히 복잡하거나 대단한 수준의 공정은 아니지만, 작업수량이 늘어날수록 나무의 색감과 무늬결을 일정하게 맞추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목함에서는 앞·뒤·좌·우의 색감과 결이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제품 안에서 선별하고 조합해가며 작업하였습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손에 들었을 때 전체적인 인상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지점을 이번 작업의 최소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Q10. 이러한 기준들과 선택들이 최종적으로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으로 전달되길 바라셨나요?

곁에 오래 두어도 쉽게 질리지 않고, 사용하는 시간만큼 손때가 더해지며 점점 깊은 색으로 태닝되는 나무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길 바랐습니다. 완성된 상태에서 멈추는 물건이 아니라, 사용자와 시간을 함께 쌓아가며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과정 자체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11. 이 목함을 처음 보는 분들이 결과물에서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디테일을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맞짜임을 보완하는 요소로서 함의 모서리에 촉을 끼워 넣었는데, 월넛 함에는 오크 촉을, 오크 함에는 월넛 촉을 사용했습니다. 서로 다른 수종의 나무가 마치 하나인 듯 맞물리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엮이듯 결합해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디테일입니다.

Q12. 마지막으로 이번 목함 작업을 모두 마친 지금, 작가님에게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로 다른 나무가 하나의 함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색과 결을 맞추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각기 다른 조각들이 하나의 형태가 되는 과정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나무 하나하나의 표정을 맞추는 시간이, 누군가에게 전해질 이 목함의 시간을 미리 들여다보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받아 보신 분들 역시 이 목함을 오래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곁에 두는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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