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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6. 09. 10.

TEXTURE | 이선영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9월, GBH USE는 TEXTURE를 주제로, 손에 닿는 감각이 선택의 기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봅니다.
FW 시즌의 시작과 함께, 우리를 둘러싼 소재들이 조금씩 두꺼워지고 무거워집니다. 옷의 결이 달라지고, 집 안에 두는 물건의 온도가 바뀌며, 손이 닿는 표면에서 느끼는 감각도 달라집니다. 촉감은 시각보다 조용하지만, 선택의 순간에 더 오래 남는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GBH는 소재와 질감이 단순한 물성이 아니라, 그것을 반복해서 선택하고 오래 곁에 두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표면의 결, 손에 쥐었을 때의 무게감,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가끔은 소재가 내는 소리. 이런 감각들이 쌓여 각자만의 취향이 만들어집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신혼집에서, 공간과 소재를 다루는 감각으로 일상을 구성해온 공간 디자이너의 TEXTURE를 들여다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어떤 작업들을 하고 있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이선영입니다. 현재 젠틀몬스터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젠틀몬스터와 HAUS NOWHERE의 매장 공간과 팝업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Q2. 공간 디자이너로서 소재와 질감을 다루는 일이 일상의 선택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고 느끼시나요? 직업적 감각과 개인적 취향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꽤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공간 디자이너로서 색감과 질감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소재도 매우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거든요. 특히 회사에서는 강렬한 색감과 패턴을 많이 연구하고 다루다 보니, 집에서는 오히려 기본 바탕을 심플한 컬러로 고르게 되었어요. 첫 커리어는 주로 고급주택 디자인이었는데, 그때 ‘집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을 잘 보여주는 그릇, 캔버스를 만들어주는 일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제 집도 기본은 깔끔하게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취향은 자주 바뀌잖아요. 저도 회사의 매장 공간처럼 강렬한 색감을 좋아하지만, 강한 색감은 금방 질리더라고요. 그런 요소는 오브제나 카펫처럼 포인트로 많이 쓰기도 하고요. 그래서 강렬한 색감의 그림, 책, 오브제, 카펫 같은 요소들로 색이 들어올 수 있는 영역을 충분히 따로 마련해 두는 전략으로 공간을 꾸몄어요. 기본은 기본대로 두고, 포인트가 되는 요소들은 돋보이면서도 확실한 스파클이 되게끔요.

Q3. 주방을 블랙 상판으로 구성하셨는데, 그 위에 두는 물건들을 고를 때는 어떤 기준이 있으신가요? 강한 색감의 공간일수록 함께 놓이는 것들(세제 용기 하나, 타월 한 장, 식기의 색감 등)의 소재와 존재감을 더 세심하게 고려하게 될 것 같습니다.

블랙 상판은 물건을 올렸을 때 더 돋보이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테이블이 화이트라서 주방 상판은 블랙 대리석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물건 하나하나를 오브제로 생각해서, 집에 물건을 들일 때 쉽게 들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집에서는 예쁘지 않은 물건은 다 버려집니다.) 세제 용기도, 국자 받침도, 식기도 고심해서 고르다 보니 잘 채워지지도 않아요. 그래서 신혼 3년 차인데도 그릇이나 컵이 많지 않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면 하나씩 사는 스타일이에요.

Q4. 주방에서 매일 손이 닿는 타월이나 세제처럼 기능이 우선인 것들도 소재나 색감을 따지시나요? 아니면 공간의 톤을 해치지 않는 색과 소재라면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주방 타월은 색감을 엄청 따지는 편이에요. 주방이 블랙이라서 확실한 포인트가 되는 자주색이나 파란색 타월을 쓰거나, 블랙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간 타월을 씁니다. 세제통도 예쁘거나 색감이 있는 걸 선호해요. 그런 대비가 있어야 제 주방이 더 예뻐 보이거든요. 디자인할 때도 색감의 대비, 혹은 질감(텍스처/패턴)의 대비가 중요해요.

Q5. 공간 곳곳에 블랙 아이템들이 눈에 띄는데요. 블랙은 시각적인 선택인가요, 아니면 그 소재가 가진 질감이나 빛을 다루는 방식 때문에 끌리는 건가요?

시각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취향이 더 큰 것 같아요. 차분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가진 블랙의 무드를 좋아하고, 클래식함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자 모토와도 맞아서 블랙을 고르게 돼요. 블랙은 기본이면서 다른 어떤 컬러와도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없어서 더 좋아하고요. 또 저는 한번 물건을 들이면 잘 못 버리는 타입이라, 들일 때부터 타임리스한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Q6. 물건을 고를 때 손에 닿는 감각이 최종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얇고 가벼운 유리잔처럼, 눈으로 볼 때와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이 달라 선택이 바뀐 경험이 있다면요.

특히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더 신중하게 고르는 것 같아요. 피부에 닿는 옷, 입에 닿는 컵, 매일 덮는 이불이 그런 예죠. 제가 림이 얇은 글라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GBH의 THIN GLASS는 한 손에 딱 잡히는 크기에 입에 닿는 림도 얇아서 물이 맛있게 넘어가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건 용량이에요. 기본 컵보다 작은 사이즈인데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양이라,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는 저한테 딱 좋았어요. 예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Q7. 반대로 시각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손에 닿았을 때 멀어지게 된 물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감각이 그 판단을 만들었나요?

생각해 보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감각이 예민했지만, 그중에서도 촉감에 특히 예민한 편이었어요. 가장 좋아했고 기억에 남는 장난감도 촉감놀이 장난감이었거든요. 각종 텍스처가 모여 있고 패브릭도 종류별로 있어서 매일 만지면서 놀았어요. 그런 감각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최근에 옷방 가구를 시스템 가구로 맞췄는데, 기성으로 달려온 메탈 손잡이가 투박하고 그립감이 너무 불편해서 바로 떼고 블랙 원목 손잡이로 바꿨어요. 매일 여는 서랍인데, 손잡이 촉감 하나로 만족감이 다르더라고요.

Q8. 식기를 고를 때, 형태나 색감 외에 빛을 받는 방식이나 손에 쥐었을 때의 무게감 같은 요소도 선택에 영향을 주나요? 블랙 공간 안에서 식탁 위의 질감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식기를 고를 때는 그냥 예쁜 것만 골랐는데, 요리를 하다 보니 음식을 덜거나 썰 때 흔들리지 않는 균형 잡힌 무게감, 옮길 때 떨어뜨리지 않도록 그립감이 좋은 엣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RIM TABLEWARE는 엣지가 얇으면서도 깊이감 있게 둥글어서 쥐었을 때 안정감이 있고, 음식을 포근하게 감싸 주는 맛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진도 잘 나와요…! 또 가운데가 안정감 있게 묵직해서, 앞접시 안에서 고기를 썰거나 어떤 음식을 담아도 흔들리지 않아 만족하면서 쓰고 있어요.

Q9. FW 시즌이 되면 소재의 감각이 선택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형태가 살아있는 소재, 혹은 그런 결의 옷을 고르게 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촉감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에요. 까끌한 옷을 입으면 알레르기 같은 게 올라오기도 해서 늘 부드러운 소재만 입다 보니, 겨울철에는 울 소재 옷을 특히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GBH 의류는 소재도 좋고 직조감도 좋아서 믿고 구매하는데, 이번에 나온 니트는 촉감도 부드럽고 실루엣도 차르르 떨어져서 바로 골랐어요. 각 잡힌 옷보다 유연한 무드의 옷을 좋아하다 보니 옷도 그런 무드로 고르게 되고, 집의 패브릭도 린넨 커튼이나 프렌치식 로만 셰이드를 달게 되는 것 같아요.

Q10. 오버사이즈드 실루엣처럼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옷을 고를 때도, 결국 소재의 감각이 최종 선택을 만드나요? 실루엣과 텍스처, 둘 중 더 오래 남는 인상은 어느 쪽인가요?

저는 실루엣을 기본으로 두지만, 텍스처가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올드머니 룩도 보면 실루엣은 아주 기본적이어도 텍스처 하나로 고급스러움을 살리거든요. 더 로우나 피비 파일로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일 것 같아요. 둘 중 더 오래 남는 인상은 텍스처에 가까워요. Wide Cinch-Back Jean은 실루엣도 예쁘지만 텍스처도 좋아서 집에 두 벌이나 있어요. 실루엣도 예쁘게 떨어지고, 바스락거리는 텍스처에, 어떤 옷에든 잘 어울리는 색감이라 정말 애정하는 바지입니다.

Q11. GBH는 ‘존재감이 크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침실처럼 가장 사적인 공간 안에서 그런 태도를 가진 물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침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불과 베개 같아요. 침실만큼은 예뻐 보이는 것보다 패브릭의 소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촉감에 예민해서, 잘 때 맨살에 닿는 패브릭은 면이 아니면 들이지 않아요. (극세사 이불이나 폴리가 함유된 건 절대 쓸 수 없어요.) 그런 제게 안정감을 주는 침실 패브릭은 단연 GBH의 Duvet Cover예요. 면인데도 더 시원하고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잠들 때 기분이 좋아요. 다른 공간처럼 침구도 기본 컬러를 쓰고 쿠션이나 베드 러너, 담요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라 Duvet Cover는 차분한 웜 그레이인 BONE 컬러를 쓰는데,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을 줘요.

Q12. 침실은 가장 직접적으로 소재의 감각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베딩을 고를 때 촉감 외에 뒤척이는 순간 들리는 소리나 무게감 같은 감각도 고려하시나요? 잠드는 순간까지 영향을 주는 소재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소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 무게감에는 영향이 있는 편이에요. 겨울에는 조금 무거운 느낌의 구스 이불을 좋아하고, 요즘 가장 잘 쓰고 있는 건 노엘라이즈브레이브의 묵직한 아이 필로우예요. 약간 묵직한 안대가 눈 위에 올라가면 잠이 더 잘 오고 개운하게 자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이 아이들의 소재도 면 100%입니다.

Q13. 손에 닿는 감각이 선택을 만들고, 그 선택들이 쌓여 공간과 일상이 만들어집니다.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생활자로서 TEXTURE는 선영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TEXTURE는 공간의 레이어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자,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감이 생기는 것이에요. 그 기준으로 하나하나 TEXTURE를 쌓아 올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으로 쌓아 올릴지 매우 신중해지게 돼요. 저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지, 계절이 지나도 오래 두고 보고, 만지고, 가꾸고 싶은 저만의 TEXTURE를 쌓아 가면서도, 아름다운 대비로 서로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조화를 추구합니다.

Q14. 이 인터뷰를 마치며, 선영님의 TEXTURE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세요

오랫동안 변함없이 아낄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감이 생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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