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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6. 08. 21.

RESILIENCE | 김지은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8월, GBH USE는 RESILIENCE를 주제로, 시간을 견디고 오래 곁에 남는 물건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져봅니다. 물건의 가치는 처음 마주한 순간보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사용하면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반복되는 사용과 관리, 여러 계절의 변화를 거치며 어떤 물건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어떤 물건은 시간이 남긴 흔적까지 고유한 모습으로 끌어안은 채 남습니다. GBH는 오래 남는 물건의 기준이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쓰면서 생기는 변화까지 끌어안으며 계속 곁에 둘 수 있는 것. 그렇게 시간을 견딘 물건은 생활의 일부가 되고, 이윽고 다음 사람에게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번 GBH USE에서는 한국 고가구와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는 고복희의 김지은 대표를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물건을 가까이에서 보고 써온 그에게, 무엇이 물건을 시간 속에서 살아남게 하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쓰는 물건은 먼 미래에 어떻게 전해지고 어떻게 읽힐지를 함께 물었습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가구 상점 고복희를 운영하는 김지은입니다. 한국 고가구와 골동 소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2. 좋아하는 물건을 수집하는 일이 어느덧 고복희라는 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취향이 일이 된 지금,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잘 팔릴지를 먼저 생각하며 구매할 때도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팔리지 않더라도 제 마음에 꼭 드는, 오래 두고 보고 싶은 가구를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취향이 조금 더 확고해진 거죠.

Q3.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오래 곁에 두고 쓸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대표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개인적인 물건을 들일 때도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디자인인지, 소재나 품질은 어떤지 확인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날 때까지 찾아보고 소장하는 편이고요. 사실 1년에 구입하는 가구가 몇 개 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에 꼭 드는 가구만 선택하려 합니다.

Q4. 수집가로서 물건을 고를 때,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선택하는 물건과 소장하거나 감상하기 위해 선택하는 물건이 나뉘기도 하나요? 두 경우에는 선택의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아주 고가인 물건은 다룰 때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늘 실사용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물건은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빛이 바래는 느낌이 들어서, 어떤 형태로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곁에 두고 쓰려고 해요. 요즘 모으고 있는 조선 초기 편병들은 어쩔 수 없이 감상용으로 두기도 해요. 주병이나 물병으로 쓰기엔 너무 크고 투박해서 지금은 감상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 원하는 디자인을 다 모으면 그때는 종류별로 골라 술을 마셔보고 싶어요.

Q5. 처음에는 소장이나 감상을 목적으로 들였지만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물건, 혹은 반대로 사용하려고 들였지만 어느 순간 감상의 대상이 된 물건도 있나요? 있다면 어떤 물건이었나요?

저는 주로 목가구나 목기 소품을 다루기 때문에 고도자기의 경우 컬렉터의 마음으로 모으는 편입니다. 그래도 늘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분청사기 다완들은 지금 그대로의 색감을 유지하고 싶어서, 찻물이 배지 않도록 차보다 물을 마실 때 더 자주 사용하기도 해요. 감상도 하고 사용도 하는 중이죠. 정말 감상만 하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Q6. 오래된 가구와 기물을 많이 접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물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나요? 특히 만든 사람의 배려나 완성도가 드러나는 디테일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들려주세요.

오래되고 좋은 가구는 구석구석 뒤집어봐도 어느 하나 눈에 걸리는 데가 없어요. 나무의 상태, 결구, 장석, 못의 쓰임, 만듦새, 통일성까지, 잘 만든 물건은 분명 차이가 나요. 제가 가지고 있는 조선 후기 대형 책장이 그래요. 아주 얇은 다리 네 개가 두 개 층의 장을 지탱하고 있는데, 머름칸이 없어 책을 넣고 빼기 쉽고, 양쪽 문이 밖으로 활짝 열려 많은 양을 수납하기에도 넉넉합니다. 몸통이 가로로 길쭉해서 형태 자체가 시원하고, 균형도 아주 좋아요. 세월의 무게로 가운데가 아주 조금 휘었는데, 그 휘어짐마저 멋을 더하는 요소로 보일 만큼 아름답습니다.

Q7. 여름처럼 덥고 습한 계절에는 평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사용감이나 관리의 차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대표님이 물건을 사용하고 관리하면서 여름철 특히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 있나요?

사람이 없더라도 에어컨은 늘 틀어둡니다. 바람이 한 방향으로 과하게 불지 않도록 하고, 공간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가구가 나무이다 보니 여름에는 물기를 머금고 겨울에는 건조해지는데, 잘 맞추지 못하면 갈라지기도 해서 늘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입니다.

Q8. 계절이나 환경이 달라졌을 때 오히려 진가를 알게 된 물건이 있나요? 평소에는 몰랐던 어떤 점을 새롭게 발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그 계절에 쓰던 기물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져요. 소품 상점은 지금 휴가 중이지만, 한쪽 벽을 여름을 주제로 꾸며두었어요. 비 올 때 쓰던 모자인 갈모, 비옷인 도롱이, 나막신, 그리고 여름 한복이 살에 붙지 않도록 만든 조끼인 등등거리 같은 것들로 연출했는데요. 이렇게 여름을 직접 나며 보고 있으면, 이 기물들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새삼 이해가 돼요. 덥고 습한 계절을 실제로 겪어야 그 쓰임과 지혜가 더 또렷하게 다가오거든요. 무더운 여름날이나 비 오는 날 오시는 분들께 소개해 드리면 더 재미있어하세요. ‘우리 선조들은 이 여름을 이렇게 나셨구나’ 상상하면서 설명을 들으면 더 와닿는 것 같아서, 설명드리는 저희도 함께 즐겁습니다.

Q9. 반대로 좋아하는 물건이지만 사용이나 관리가 번거로워 자주 손이 가지 않는 물건도 있나요? 그래도 계속 곁에 두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짚풀로 만든 민속품을 좋아하는데, 이런 골동품은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고 관리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잘못 관리하면 짚풀이 뜯어지거나 썩어서 상태가 많이 나빠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자연 소재로 만든 것들이 오래되었을 때 생기는 느낌은 새것으로 대체할 수 없어서,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아요.

Q10. 물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 대표님이 특별히 들이는 수고나 습관이 있나요? 반대로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물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만들어졌다’고 느끼게 하는 배려나 디테일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계절마다 모든 가구에 기름칠을 해요. 흠뻑 먹이기보다 딱 필요한 만큼, 적정량만 발라주는 게 가장 좋고요. 옛 가구는 길을 들일수록 멋스러워지는 물건이라,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기보다 오히려 그 손길을 더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Q11. 오래된 물건 중에는 지금과는 다른 생활 방식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도 많습니다.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쓰임을 발견한 물건이 있나요?

삼국시대 토기들은 음식을 담는 용도의 그릇이었지만 저는 요즘 화병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제기의 경우에도 간식 그릇이나 인센스 홀더 받침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고요. 소품 상점 초기에 오셨던 젊은 손님이 계셨는데 작은 안경집을 가방 키링으로 사용하고 싶다며 가방에 달아 가신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골동을 사용하는 용도와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 재밌게 느껴집니다.

Q12. 같은 물건이라도 어떻게 놓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더 오래가거나 애착이 깊어진다고 느끼신 적이 있나요?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확 살아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아뜰리에 방에 찬장이 하나 있는데, 4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가져온 거예요. 원래 있던 곳에서는 다른 물건들에 묻혀 크게 돋보이지 못했는데, 아뜰리에의 파란 문, 거치 무늬와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어요. 그 모습이 계속 보고 싶어서 오랫동안 팔지 못했어요. 차마 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제는 충분히 즐기기도 했고 놓아줄 마음도 조금 생겨서, 문의가 오면 가격을 알려드리고 있지만, 아직은 더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많이 남은 애착 가구예요.

Q13. 처음 사용했을 때보다 일정 기간 사용한 뒤 더 좋다고 느껴진 GBH 제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반대로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오래 쓰던 무인양품 가방이 하나 있어요. 15년쯤 여행용으로 들고 다녔는데, 끈이 얇아 어깨에 자국이 남을 만큼 불편해도 손에 익어 계속 썼거든요. 요즘은 그 자리에 트래블 파우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이 결국 오래 곁에 남는 것 같은데, 이 파우치가 그렇게 되어가는 중이에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무게감인데, 그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는 뜻이라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아요.

Q14. 지금 가장 들이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번 ‘나의 이름은 계룡산’ 전시에서 소장가분들 덕분에 좋은 도자기를 볼 일이 많았는데, 그중 유독 눈에 밟히는 게 하나 있어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병인데, 크기도 귀엽고 철화 도안도 특이한 데다 상태까지 좋아서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은 기물은 흔치 않아 더 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끌린 건 아니고 그냥 그 자체로 좋았어요. 가격이 높아 선뜻 사기는 어렵지만, 자꾸 생각나는 물건입니다.

Q15. 수많은 물건을 수집하고 직접 사용해온 대표님에게 '오래 곁에 남는 물건'은 결국 어떤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은 제 마음에 들면서도 잘 만들어진 물건인 것 같아요. 완성도가 아무리 높아도 제 마음이 가지 않으면 애초에 곁에 두지 않게 되니, 저에게는 ‘마음이 가는가’가 먼저고 ‘잘 만들어졌는가’가 그다음이에요. 이 두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오래 곁에 남는 것 같아요.

Q16. 대표님은 오랜 시간을 지나온 물건을 늘 가까이에서 보시는데요. 반대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100년, 200년 뒤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그때의 사람들은 지금의 물건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궁금합니다.

근현대를 다루는 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에 가면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물건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민속품 중에도 100년이 안 된 것들이 많고요. 플라스틱 없이 자연의 재료를 최소한으로 가공해 한 땀 한 땀 귀하게 만든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소중하고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100년, 200년 뒤 지금의 물건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먼 미래에는 화학적으로 가공한 제품들이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그 시대에도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은 유물로 기록하고 보존하려 할 것 같아요. 박물관의 유물이 된다는 것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동시에 교육적인 의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후세에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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