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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6. 07. 17.

COMFORT | 기재필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7월, GBH USE는 COMFORT를 주제로 휴가와 이동이 잦아지는 시기, 일상과 여행지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편안함의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져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일상의 궤적은 조금 더 넓어집니다. 휴가나 출장, 크고 작은 움직임으로 분주해지는 만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함'의 가치를 크게 실감하곤 합니다. 이때의 편안함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쾌적함이나 잠시 머무는 자리에서 느끼는 안정감처럼, 상황과 장소에 맞춰 체감하는 실질적인 감각에 가깝습니다.
GBH는 이러한 편안함 역시 특별한 공간보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들의 작은 차이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분주한 계절에도 생활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돕는 물건에는, 사용자를 배려한 섬세한 기능과 손에 익은 편리함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어떤 물건을 곁에 두는가는, 하루를 어떤 감각으로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성수에서 다이닝 '리브나'를 이끄는 기재필과 함께, 집과 식탁에서 시작된 그의 일상을 따라 유난히 움직임이 잦은 계절의 한가운데서 하루를 보내며 편안하다고 느꼈던 순간, 그리고 그 경험을 채워준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성수에서 다이닝 ‘리브나’를 운영하고 있는 기재필입니다. 요리를 직업으로 하고 있지만, 제 일상의 중심에는 늘 집과 식탁이 있습니다. 집에서 요리하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을 초대하는 시간을 오래 좋아했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주변에서는 자연스럽게 저를 '재마카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시작된 식탁이 지금의 리브나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손님들과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과정 자체를 가장 좋아합니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만큼, 그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하고 있습니다.

Q2.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일상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지는 시기입니다. 최근 대표님의 하루에서 가장 먼저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여름이 되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조금 빨라집니다. 해가 일찍 뜨는 계절이라 자연스럽게 아침을 더 여유롭게 맞이하게 되고,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도 조금 길어집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느끼려고 하는 편입니다. 특히 여름은 가장 생동감 있는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토마토를 비롯해 과일과 채소의 맛이 가장 선명해지는 시기이고,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메뉴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식탁도 달라집니다. 무거운 음식보다는 밝고 선명한 색감을 가진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더운 날씨에도 몸이 지치지 않도록 산뜻하고 활력을 주는 메뉴를 고민하게 됩니다. 계절이 바뀌면 생활의 리듬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식탁에도 담기는 것 같습니다.

Q3. 리브나 서울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지금의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리브나는 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이 시간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리브나를 만들 때도 일반적인 레스토랑보다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오래 머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음식이 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하듯 좋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소스부터 육수까지 가능한 한 원물부터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손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과정이 음식의 깊이를 만들고 손님이 경험하는 시간까지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커피 한 잔을 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 함께 온 사람에게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한 것 같았다’는 기억을 남기는 공간. 그것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리브나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모습입니다.

Q4. 셰프로서 음식을 만드는 일과 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두 일을 하며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식과 공간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결국 저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맛과 향, 음악, 조명, 식기, 가구까지 모두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리브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손님들은 음식을 먹으러 오시지만,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과 시간을 함께 경험하고 가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음식과 공간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음식도 바뀌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달라지면 공간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새로운 식기를 들이거나 가구의 위치를 바꾸는 일도 모두 같은 흐름 안에 있습니다. 제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만큼 공간과 음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손님들은 음식을 통해 저를 만나고, 공간을 통해 저를 기억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화려하거나 특별한 것을 보여주기보다, 지금의 제 취향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되는 경험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Q5. 리브나 서울을 찾은 고객들이 꼭 한 번은 경험했으면 하는 순간이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리브나에 오시는 분들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환대받는 경험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듯,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하나하나 직접 만들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한 팀이 약 3시간 동안 식사를 즐기실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식사하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구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천천히 식사를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음식은 식탁 위에 놓여 있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 웃고 이야기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손님들께 “오늘 어떠셨어요?”라고 여쭤보면 “벌써 3시간이 지났나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처음 리브나를 만들면서 꿈꿨던 모습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결국 만들고 싶은 것은 한 끼의 요리가 아니라 오래 마음에 남는 경험입니다. 리브나를 다녀간 뒤에도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날 함께했던 분위기와 대화, 그리고 편안했던 시간이 함께 떠오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6. 이동이 많은 날, 반드시 챙기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물건이 실제로 필요해지는 구체적인 상황도 함께 들려주세요.

카메라와 노트북은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요리 아이디어도 그렇지만, 좋은 공간이나 물건을 발견하면 바로 기록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가도 관광지보다 카페의 의자나 레스토랑의 식기, 조명의 높이, 테이블의 비례 같은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편입니다. 그 순간에는 단순한 기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메뉴가 되기도 하고 공간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되기도 합니다.지금 보시는 제 공간에도 그런 기록들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교토의 한 커피숍 화장실에서 본 작은 스테인리스 후크, 홍콩 편집숍에서 인상 깊었던 전시 방식, 친구 집에서 보고 반했던 의자, 여행 중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먹었던 토스트가 담겨 있던 접시까지. 여행에서 가져오는 것은 기념품보다 그곳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과 작은 디테일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는 공간을 한 번에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장면들을 오랫동안 하나씩 모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동이 많을수록 더 많이 기록하고, 그 기록들이 쌓여 지금의 집이 되고 리브나가 되었습니다.

Q7. 최근 사용한 물건이나 경험 중, ‘이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크네’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음식을 맛보기 전에도 이미 경험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손에 닿는 질감이나 무게감, 그릇의 깊이 같은 요소들이 생각보다 음식을 즐기는 경험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요리를 담을 때도 그날의 메뉴와 기분에 따라 그릇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번에 GBH × NIKKO 딥 플레이트를 사용하면서 그런 작은 차이를 새삼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깔끔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실제로 사용해 보니 적당한 깊이와 넉넉한 바닥 면적이 담는 음식마다 인상을 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파스타처럼 소스가 있는 요리는 소스가 자연스럽게 고이면서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과일이나 간단한 샐러드를 담아도 과하지 않게 받쳐 주었습니다.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과 단단한 질감도 만족스러웠고, 접시 하나가 음식의 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 덕분에 요즘은 식사를 준비할 때 자연스럽게 이 플레이트부터 꺼내게 됩니다. 저는 좋은 물건은 처음 사용할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손이 가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기능보다 반복되는 일상을 조금 더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 작은 차이가 결국 오래 사용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Q8. 반대로, 최근에 불편하다고 느꼈던 경험이나 물건도 있었나요? 어떤 점이 특히 아쉬웠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물건을 볼 때 아름다운가보다 실제로 계속 손이 가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됩니다. 아무리 구하기 어렵고 비싼 제품이라도, 막상 사용했을 때 제 생활에 맞지 않거나 작은 불편함이 반복되면 점점 손에서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물건을 아껴두기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사용해 봐야 그 물건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능은 많은데 사용할 때마다 설명이 필요한 물건들은 오래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버튼이 많거나, 매번 사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하거나, 관리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물건들은 결국 일상의 흐름을 끊는다고 느낍니다. 저는 직관적인 물건을 좋아합니다. 사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물건보다, 사용하는 순간 자체에 집중하게 해주는 물건이 결국 오래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디자인이란 복잡함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할 요소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쁘지만 불편한 물건보다, 조용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이 더 좋은 물건이라고 느낍니다.

Q9. 물건을 사용하다가 ‘이건 잘 만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소한 디테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재밌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물건을 처음 사용할 때 “잘 만들었다”라고 느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손이 가는 물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제품은 처음에는 신선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가장 먼저 손이 간다면 그때 비로소 ‘정말 잘 만든 물건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아무리 유명하고 비싼 제품이라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결국 제게는 좋은 물건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집을 둘러보면 그런 물건들이 꽤 많습니다.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칼과 오븐, 오랫동안 함께한 스퀴저, 매일 켜는 조명, 식탁을 둘러싼 의자들까지. 처음 샀을 때보다 지금이 더 마음에 드는 물건들입니다. 저에게 물건을 평가하는 기준은 ‘처음 얼마나 좋았는가’보다 ‘지금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가’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생활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는 물건이 결국 가장 잘 만든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Q10.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나 식기, 오브제를 선택할 때, 최종 선택을 결정짓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공간을 구성할 때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공간은 한 번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의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가구 매장을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평소 여행을 다니거나 좋은 공간을 방문했을 때 인상 깊었던 물건이 있다면 사진으로 남겨두고,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만 알아둡니다. 그러고는 다시 잊고 지냅니다. 몇 달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계속 그 물건이 생각난다면 그때 비로소 구매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들여온 물건들은 유행을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제 안에 남아 있던 것들이라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지금 집과 리브나에 있는 가구와 식기, 오브제들도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쳐 제 곁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간을 꾸미는 것보다 공간을 채워간다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좋은 공간은 한 번의 쇼핑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쌓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11. 집에서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함께하게 되는 이유도 함께 들려주세요.

주방에 있는 칼인 것 같습니다. 가장 오래 함께한 물건이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에 쥐는 물건입니다. 오랫동안 갈아가며 사용하다 보니 어느덧 처음 샀을 때와는 모양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흔적이기도 합니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다 보니 손에 자연스럽게 익었고, 손잡이의 감촉이나 무게까지 몸이 먼저 기억합니다. 저는 그런 사용 흔적을 일부러 감추거나 새것처럼 유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 사용하며 생긴 흔적들이 그 물건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물건은 시간이 지나도 낡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변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도 그렇고, 의자도 그렇고, 식기나 조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사용할수록 편안해지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들이 결국 가장 오래 곁에 남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Q12. 하루 중 가장 마음이 놓이거나 여유를 느끼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때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물건이나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하루 중 가장 마음이 놓이는 시간은 손님들의 식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입니다. 손님들과 음식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음악이나 일상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다 보면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가장 큰 여유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느꼈던 편안함과 따뜻함이 다시 저에게 돌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그날의 분위기나 함께 보낸 시간을 좋게 기억해 주신다는 걸 느끼면, 제가 준비했던 모든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보상받는 기분이 듭니다. 그 순간들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고, 다시 내일의 식탁을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또 주방으로 향합니다. 꼭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주방을 정리하고, 도구의 위치를 조금 바꾸거나 다음에 만들어 보고 싶은 메뉴를 떠올리며 식기를 꺼내보기도 합니다. 저에게 주방은 일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장 편안하게 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에게 여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천천히 만지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Q13. 편안함을 위해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집에 소파와 TV를 두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시지만, 저에게 집은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보다 식탁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소파가 아니라 식탁입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고, 함께 요리를 하고, 와인을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친구들이 놀러 와도 식탁에 둘러앉아 몇 시간씩 이야기하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소파에 누워 쉬는 편안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편안함은 몸이 편한 것보다 마음이 편한 것에 더 가깝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대화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큰 휴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파와 TV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식탁에게 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택이 지금의 생활을 만들었고, 결국 집에서의 시간도, 리브나라는 공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Q14. 예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된다고 느끼는 물건이나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음식만 보고 맛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그 음식이 담긴 그릇까지 보게 됩니다. 식당이나 편집숍에서 마음에 드는 접시를 발견하면 습관처럼 접시를 뒤집어 아래쪽에 있는 브랜드나 제작사를 먼저 확인하고 사진으로 남겨둡니다.
당장 구매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언젠가 다시 찾아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기록해 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모아둔 사진들을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에 다시 꺼내 보며 하나씩 제 공간에 들이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집과 리브나에 있는 식기들도 대부분 그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예쁜 접시를 보면 자연스럽게 뒤집어 보는 습관이 생겼고, 그 작은 습관이 제 공간을 만드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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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5. GBH 제품 중,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더 좋다고 느껴진 제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용 초기와 비교해 어떤 점에서 인식이 달라졌는지도 함께 들려주세요.

저는 유리잔과 앞치마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THIN GLASS는 처음에는 단순히 얇고 가벼운 잔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용할수록 손에 쥐었을 때의 균형감과 입술에 닿는 감촉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음료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조금 더 섬세해졌고, 요즘은 집에 돌아와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마실 때 가장 먼저 이 잔을 꺼내게 됩니다. 앞치마 역시 처음에는 디자인과 마감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용할수록 원단의 질감이나 봉제 같은 부분에서 만듦새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브랜드를 볼 때 모든 제품을 사용해 봐야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두 가지 제품만 그런 점에서 이 두 제품은 제가 GBH라는 브랜드를 이해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제품 하나하나를 꽤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래서 다른 제품들도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16. 대표님에게 ‘편안한 물건’이란 어떤 조건을 갖춘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나의 기준으로 정의해 주신다면요.

편안한 물건은 어느 한 가지가 뛰어난 물건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기에도 편안해야 하고, 가격도 납득 가능해야 하며, 손에 닿는 사용감과 마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견고함까지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만 좋아서는 오래 사용하기 어렵고, 결국 이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맞아떨어져야 생활 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 조건들이 어느 정도 충족된 뒤에 가장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가입니다. 억지로 사용하려고 마음먹지 않아도,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 사용할 때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내 몸과 생활에 잘 맞아 있는 물건이 저에게는 편안한 물건입니다.
결국 편안한 물건은 단순히 존재감이 없는 물건이 아니라, 충분한 완성도와 사용감을 갖춘 상태에서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사용할수록 더 익숙해지고, 어느새 자주 꺼내 쓰게 되는 물건. 그런 물건이 제 기준에서 가장 편안한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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