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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USE INTERVIEW

26. 05. 28.

ESSENTIAL | 박고운

당신의 일상 속 GBH의 쓰임을 아카이브합니다.

5월, GBH USE는 ESSENTIAL을 주제로 물건을 남기고 덜어내는 기준에 대해 살펴봅니다. 
생활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중에는 없어도 큰 불편이 없는 것과, 없으면 바로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이 나뉩니다. 이 차이는 기능이나 취향보다,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에서 드러납니다.

물건의 가치는 무엇을 더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느냐에서 드러납니다. 특별한 순간이 아닌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곁에 남는 것. GBH가 생각하는 사물의 본질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물건을 덜어내고 남겨온 각자의 기준을 따라가며, 그 과정 끝에 남겨진 사물들의 쓰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도자기로 저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가며 ‘코흐(koh)’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박고운입니다. 오래된 유물이나 빈티지, 박물관에서 마주한 시간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최근에는 특히 한국적인 스토리나 형태들이 가진 단정함과 힘에 더 끌리고 있습니다. 도자기라는 재료를 통해 단순히 쓰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야기를 품은 오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Q2. 작업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다루게 되는 재료나 형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흙이라는 재료 자체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연한 질감으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과 시간의 감각이 잘 담기는 소재라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형태적으로는 오래된 토기나 유물에서 보이는 단정하면서도 힘 있는 실루엣을 자주 참고합니다. 요즘은 가야 토기처럼 절제되어 있지만 존재감이 분명한 형태들을 많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Q3. 작업을 하면서 어떤 요소를 남기고, 어떤 부분을 덜어낼지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다양한 장면과 이미지에서 출발하지만, 작업을 진행할수록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려고 합니다. 장식이 많다고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하나의 형태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주변을 덜어내는 편입니다. 지금 제 기준에서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균형감이 가장 중요해요.

Q4. 세라믹 작업은 흙을 덜어내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덜어낼수록 더 좋아진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나요?

정말 자주 있습니다. 처음에는 디테일을 더 넣고 싶다가도 막상 덜어냈을 때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특히 도자기는 조금만 과해도 무거워 보일 수 있어서 덜어내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긴장감만 남고 형태가 편안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작업이 더 좋아졌다고 느껴요.

Q5.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기에 좋은 상태와 실제로 사용하기 좋은 상태 사이에서 선택이 갈리는 순간도 있나요? 그때는 어떤 기준을 따르시나요?

그런 고민은 늘 마주하곤 합니다. 시각적인 긴장감을 주는 형태가 실제로는 불편할 때도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더 마음이 갔다면, 지금은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편안함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아름다움과 쓰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쪽을 선택하려고 해요.

Q6. 작업에서의 이런 선택 기준이 생활 속 물건을 고를 때에도 이어진다고 느끼시나요?

의식하지 않아도 이어집니다. 생활에서도 처음의 강한 인상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손이 가는 물건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유행을 타는 물건보다 오래 봐도 편안한 것들에 더 끌리고요. 아마 작업을 하며 쌓인 기준이 자연스럽게 생활에도 스며든 것 같습니다.

Q7. 실제로 오래 두고 사용하는 물건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보시나요?

자기 존재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머무는 물건들입니다. 첫인상이 강렬한 물건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들이 오래 남더라고요. 기능 측면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이거나 감정적으로 질리지 않는 지점이 더 큰 기준이 됩니다. 결국 오래 쓰이는 물건은 미감과 기능의 균형이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지금 생활에서 없으면 바로 불편해지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궁금합니다.

매일 사용하는 작업 도구들입니다. 일과를 지속하게 만드는 사물들이라 대체하기 어렵거든요. 늘 곁에 두는 컵이나 작은 트레이 같은 기물들도 마찬가지로, 매일을 이루는 것들이 결국 가장 본질적인 물건이에요.

Q9. 반대로, 최근에 덜어낸 물건이 있다면 어떤 기준에서 그 선택을 하셨나요?

예전에는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모아둔 소품들이 있었는데 최근엔 조금씩 정리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지금의 생활에 필요한 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지 못하는 물건들은 덜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예쁜가’보다 ‘계속 곁에 둘 수 있는가’를 더 보게 돼요.

Q10. 작가님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기준은 어떤 상태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채우고 싶은 욕심이 남지 않을 때인 것 같아요. 형태적으로도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이미 균형이 맞는 상태요. 충분함은 많이 가진 상태라기보다 편안하게 정리된 상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충분함’ 아닐까요.

Q11. GBH 제품 중 작업실이나 집에서 자연스럽게 계속 사용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건 유리잔입니다. 작업 중 차를 마시거나 숨을 고르는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곁에 두게 되더라고요. 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생활에 잘 녹아드는 점이 좋았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매일 쓰이는 물건이 결국 좋은 물건이니까요.

Q12. GBH 제품 중 존재감이 크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GBH의 트레이가 그렇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기물입니다. 잠시 물건을 올려두거나 주변을 정돈해 주는 일상적인 역할들이 생활을 한결 매끄럽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물건들이야말로 조용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Q13. 무엇을 덜어내고 남겨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가님이 생각하는 ‘ESSENTIAL’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설명하지 않아도, 매일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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